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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by 이면지91 2024. 11. 12.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전혀 다른 두 사랑 앞에서 방황하는 폴의 심리를 중심으로, 그녀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된 로제와 시몽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프랑스 문단의 '매력적인 작은 괴물'이라 불리는 사강이 스물넷의 나이에 쓴 이 작품은, 일상을 배경으로 난해하고 모호한 사랑의 감정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실내장식가인 서른아홉의 폴은 오랫동안 함께 해온 연인 로제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앞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폴과 달리, 구속을 싫어하는 로제는 마음이 내킬 때만 그녀를 만나고 다른 여자로부터 하룻밤의 즐거움을 찾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로제를 향한 폴의 일방적인 감정은 그녀에게 깊은 고독을 안겨준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은 몽상가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시몽과 만난다. 시몽은 폴에게 첫눈에 반해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고, 그런 시몽의 태도에 폴은 불안감과 신선한 호기심을 느낀다. 젊고 순수한 청년인 시몽으로 인해 폴은 행복을 느끼지만, 그녀가 세월을 통해 깨달은 감정의 덧없음은 시몽의 헌신적인 사랑 앞에서도 그 끝을 예감하는데….
저자
프랑수아즈 사강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8.05.02

 

폴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웃은 것은 두 번째 구절 때문이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구절이 그녀를 미소 짓게 했다. 그것은 열열일곱 살 무렵 남자아이들에게서 받곤 했던 그런 종류의 질문이었다.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저녁 8시,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기도 전에 그녀는 로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미안해. 일때문에 저녁 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데..."

 

https://youtu.be/PAE-27LbHWM?si=1icFZKEphI9IuwPN

 

배경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프랑스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이다. 파리를 배경으로 편안하고 익숙한 중년의 연인 로제와 젊고 매력적인 청년 시몽 사이에서 방황하는 중년의 여인 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61년 잉그리드 버그만과 안소니 퍼킨스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었다.(출처 위키백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목이 끝부분 말줄임표는 작가가 반드시 이렇게 써야 한다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명확한 이유를 작가가 설명하지 않아서 이에 대한 추측이 많다. 프랑스 사람들은 브람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브람스의 음악을 연주하는 곳에서는 손님들에게 미리 브람스의 음악이 괜찮으냐고 양해를 구한다고 한다. 소설에서 시몽 역시 편지에서 브람스 연주회에 같이 갈 것을 권유하는 부분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폴에게 묻는 부분이 나온다. 그렇다면 왜 사강은 책의 제목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같이 했을까?

 

 사강이 슈만-클라라-브람스의 삼각관계에서 모티브를 얻었기 때문일 거라고 한다. 브람스는 그 보다 열네 살 연상인 자신의 스승 슈만의 아내 클라라 슈만을 평생 동안 마음에 품고 살았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시몽과 폴의 나이도 열네 살 차이이다. 작가는 폴의 심정으로 마지막에 시몽이 폴과의 관계를 시작하게 된 계기인 브람스를 관계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좋아하기를 바란 것이 아닐까 싶다. 마치 이별 후 연인들이 나쁜 기억은 잊고 좋은 추억만 남기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 깊은 부분

 전반적인 줄거리는 오래된 연인 사이에 등장한 젊고 매력적인 새로운 인물이 그들의 관계를 뚫고 사랑을 쟁취하는 내용이지만 주인공들의 사랑과 관계에 대한 불안과 설렘에 대한 세밀한 정서묘사가 인상 깊었다. 해외 문학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아무리 문화와 정서가 다르다고 해도 인간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주인공 폴은 오랜 시간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자신에게 정착하지 못한 로제와 자신을 향해 열정적으로 사랑을 호소하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설렘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시몽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소설의 전개가 보통의 멜로드라마처럼 권선징악적인 요소가 있어 해피엔딩을 기대하게 하지만 결말로 가면 갑자기 머릿속에 빨간 불이 켜지는 각성의 엔딩을 선사하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후기

 결말 부분에서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직 나는 나이가 어려서 그런 걸까, 남자라서 주인공의 감정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놓친 건가 싶었다. 하지만 작중 폴의 나이는 39세로 기존의 연인인 로제를 떠나 어린 폴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폴의 부담스러울 정도로 열정적인 사랑은 지금의 폴에게는 너무나 큰 불안요소로 다가왔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관계에 있어서도 관성에 더 쉽게 사로잡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본성이 아닐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프랑수아즈 사강에 대한 내용도 많이 찾아보게 되었는데 책에 나온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지만
버스에서 우는 것보다는 재규어에서 우는 것이 더 낫다.

 

 19세라는 젊은 나이에 성공하여 작가로서는 순탄한 커리어를 쌓았지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본인의 삶은 두 번의 이혼과 방탕한 생활로 이어진 작가의 생애는 상당히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일찍 성공하지 않았더라면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그것을 갈망하였을 거라는 사강의 말처럼 일단은 목표한 바를 이루고 성공을 해야 한다는 것은 개인의 삶에 있어서 우선해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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