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한강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21.09.09
책 소개와 주요 주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국 현대사 속 비극적인 역사인 제주 4·3 사건을 중심으로, 그 상처와 흔적을 문학적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복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잊혀가는 진실과 그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며 “기억”과 “연대”의 중요성을 독자에게 묻는다.
주인공 ‘경하’는 제주에서 목수 일을 하다 손가락이 잘려 육지 병원으로 옮겨진 친구 ‘인선’의 앵무새 ‘아마’를 살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섬을 찾는다. 천신만고 끝에 인선의 집에 도착하지만, ‘아마’는 이미 죽어 있었다. 마당에 새를 묻어주고 잠이 든 경하는 꿈처럼 몽환적인 경험을 하게 되며, 그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인선은 어머니 ‘정심’의 생전 기억과 행적을 이야기해 준다. 이를 통해 경하는 인선이 자신과 함께하기로 했던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삶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제주 4·3 사건의 생존자들이 겪은 고통, 그리고 그날의 기억이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깊이 체험하게 된다.
한강은 시적인 문장으로 비극을 절제된 감정으로 그려내면서도, 역사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려는 작가의 태도를 작품 전반에 녹여냈다.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을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종종 우리가 겪지 않은 일, 혹은 내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건을 쉽게 잊는다. 그러나 『작별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지점에 경고를 던진다.
제주 4·3 사건은 국가 권력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벌인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폭력의 역사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하고, 생존자들은 평생을 공포와 침묵 속에 살아왔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이었고, 같은 나라 국민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역사적 참사를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가? 때론 “그건 옛날이야기야”라며 외면하고, 때론 “나는 직접 겪지 않았으니”라며 무관심하다.
“내가 외면한다면 이러한 일을 당했을 때 나도 외면당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 말은 그 어떤 교과서보다 강렬하게 우리가 왜 기억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오늘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고 연대하지 않는다면, 내일 우리가 같은 일을 겪을 때 누구도 우리의 아픔을 기억해주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의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처럼 현대 사회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조차 온라인 공간에서는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비극을 개인의 책임이나 운으로 치부하고, 집단의 기억으로 만들지 못한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우리는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최소한의 위로가 되는 ‘기억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차원을 넘어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윤리적 행동이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양심의 실천이다.
감상문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 문장, 한 문단마다 숨을 죽이며 읽게 되는 책이다. 경하가 기억하는 인선의 기억들이 장면마다 변화하며 반복되면서, 독자는 이 작품의 주제에 서서히 깊이 몰입하게 된다. 감정의 격렬한 폭발 대신 절제된 문체 속에 담긴 고통의 무게는 오히려 더욱 깊고 묵직하게 다가온다.
특히, 경하와 인선, 정심 세 인물의 서사는 단지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 어딘가에 있을 법한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제주 4·3 사건 진상보고서』 요약본을 읽어봤는데 정말 끔찍했다.
인선의 가족이 겪은 트라우마와 경하가 느끼는 죄책감과 책임감은 독자로 하여금 “이 일은 우리 모두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임을 각인시킨다. 작가는 이를 통해,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 아닌 감정적, 인간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책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해졌다.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의 삶과 죽음이 있었던 자리에, 함부로 무관심을 놓아두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추천 대상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독자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 제주 4.3 사건에 관심 있는 사람
- 인간의 존엄성과 기억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해본 독자
- 사회적 연대와 집단 기억을 주제로 한 문학을 찾는 이들
- 문학적 감성과 철학적 사유가 조화를 이룬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소설을 넘어, 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마치며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목처럼, 우리는 아직 작별할 수 없다. 고통의 기억은 끝나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그날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그들의 기억을 잊는 순간, 진짜 죽음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윤리적 행위인지를 다시금 느꼈다.
이 책은 바로 그 마음을 품게 한다. ‘그들의’ 고통이 아니라 ‘우리의’ 고통으로, ‘그 시절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일로 인식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는 작별하지 말아야 한다.
몇 년 전 누군가 ‘다음에 무엇을 쓸 것이냐’고 물었을 때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의 내 마음도 같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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